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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책 표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과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때로는 '무엇이 옳은가'를 고민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사회 규범에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What's the Right Thing to Do?)]는 그런 순간마다 던져야 할 질문을 철학적으로 되짚어 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실제 사회적 도덕적 딜레마를 바탕으로 정의란 무엇인지 사유하게 만듭니다. 철학이 낯선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낸 이 책은,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1. 철학이 묻는 정의, 그 본질을 파헤치다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철학의 가장 깊은 물음 중 하나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어려운 개념이나 이론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실제 사례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책의 도입부에서 제시되는 '트롤리 문제'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기관차가 다섯 명을 향해 달려오고 있을 때, 선로를 바꾸면 한 사람을 희생시켜 다섯 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택이 정이로운 것인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샌델은 이와 같은 사례들을 통해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의무론, 공동체주의 같은 다양한 정의 이론을 소개합니다. 그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각각의 사상 속에 내포된 철학적 의미를 풀어가며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끔 이끕니다. 실제로 그는 하버드대학교에서 'justice'라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토론을 주도하며 이런 교육방식을 실천해 왔습니다. 

책에서는 또 다른 실제 사회문제들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병역을 돈으로 대신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내가 번 돈을 왜 세금으로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하는가 같은 질문들입니다. 이처럼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문제들도 사실 깊은 도덕적 기준과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일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샌델은 철학을 단순하 이론의 나열이 아닌,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도구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철학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정의를 고민하게 만들고, 사회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독자로 하여금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실질적인 삶 속에서 정의를 사유하고 토론하도록 만드는 철학적 실천서라 할 수 있습니다. 

2. 세 가지 정의론으로 보는 세상

샌델은 정의를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을 세 가지로 봤습니다.

공리주의(Utilttarianism)

첫 번째는 공리주의입니다.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이 대표적인 공리주의자로, 이들은 정의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어떤 선택이든 많은 사람에게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면 그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예컨대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이 그 예입니다.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  

이 이론은 개인의 자유와 소유권을 절대적으로 중시합니다. 대표 철학자인 로버트 노직은 세금이나 복지 같은 국가의 개입조차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나는 나의 노동과 결과물에 대해 온전히 소유할 권리가 있다"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내가 번 돈을 왜 남과 나누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사회적 약자나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는 한계를 지닙니다. 

의무론과 공정성의 철학

 

세 번째는 의무론과 공정성의 철학입니다. 칸트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해야 한다고 말하며, 도덕적 행위는 모두가 보편적으로 따라야 할 원칙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존 롤스는 '무지의 베일' 개념을 통해 공정한 사회 원칙을 강조합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지위와 능력을 모른 채 사회 규칙을 선택한다면, 가장 공정한 시스템을 원하게 될 것이라는 사고 실험입니다. 이는 평등과 배려의 관점에서 정의를 바라보는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합니다.  

 

샌델은 이 세 가지 관점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깊은 이해를 유도합니다. 그는 정의란 하나의 이론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다양한 가치들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처럼 정의에 대한 복합적인 접근은 독자가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보다 깊이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3. 진짜 정의는 공동체와 도덕에서 시작된다

샌델은 현대 사회가 지나치게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을 강조한 나머지, 공동체적 가치와 도덕적 책임을 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진정한 정의란 단순히 법적인 권리나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병역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돈이 많은 사람이 대체 복무나 병역 회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지만, 많은 시민들이 그것을 불공정하다고 느낍니다. 이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도덕 감정과 상충되기 때문입니다. 샌델은 정의란 단지 형식적 평등이나 개인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신뢰와 도덕적 감수성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정치와 도덕이 분리될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종종 '가치중립'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공적 논의의 실종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샌델은 우리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회피하지 말고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시민들은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를 서로 이야기해야 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공동체 속에서 인간은 자연스럽게 타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개인의 권리는 중요하지만, 우리는 모두 가족, 지역사회, 국가라는 공동체의 일원이며, 따라서 공동체적 책임과 연대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의는 단지 법적 제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배력하고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구현되는 가치입니다. 

샌델의 정의론은 단순히 철학 이론만 소개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철학책이면서 동시에,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윤리적 안내서라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지으며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 문제들에 대해 보다 깊은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시선으로 정의를 고민하게 만드는 철학적 여정을 제시합니다. 샌델은 이론의 나열이 아닌 실제적인 사례와 질문을 통해 독자 스스로 사고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면, 질문하고 토론하는 자세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 질문을 시작하게 해주는 철학의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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