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삶과 우주』-는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성 이론을 만든 사람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아인슈타인의 삶이 두꺼운 책만큼이나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곧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었습니다. 저자 윌터 아이작슨은 아인슈타인의 삶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따라가며, 그의 내면과 사유까지도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천재를 넘은 인간 아인슈타인의 삶
아인슈타인은 어릴 적 언어 발달이 느려 지능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누구보다 깊은 사고력과 끝없는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나침반을 보며 “왜 이게 움직일까?”라고 묻던 질문 하나가 그의 평생을 관통하는 생각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기존의 교육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정해진 커리큘럼보다는 스스로 탐구하며 공부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그러한 성향은 대학 시절에도 이어졌습니다. 졸업 후 바로 교수가 되지 못하고 스위스 특허청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이 시기 동안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과학적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습니다.
1905년, 이른바 ‘기적의 해’에 그는 네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과학계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단지 그의 과학적 성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와 가족관계, 실수와 성장의 과정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첫 번째 결혼 생활, 자녀들과의 거리, 그리고 이후의 재혼까지. 아인슈타인은 완벽한 천재라기보다, 자신의 신념과 자유를 좇으며 때로는 실수하고 상처도 주었던, 그런 인간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바라본 우주, 철학
책을 읽다 보면 아인슈타인이 평생을 바쳐 쫓은 것이 단순한 과학적 ‘정답’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세상의 본질, 우주의 구조, 시간과 공간이 지닌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인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은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통일장 이론, 즉 모든 자연 법칙을 하나로 설명하는 이론을 찾기 위해 매달렸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발전에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확률로 설명하는 세계관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는 세상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이성을 통해 설명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고집은 그를 때로는 시대에 뒤처진 인물로 보이게 만들기도 했지만, 아이작슨은 이를 오히려 ‘철학하는 과학자’로서의 그의 정체성으로 설명합니다. 아인슈타인의 과학은 단지 공식이나 실험의 결과가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아이작슨이 보여준 아인슈타인의 인간적인 면모
윌터 아이작슨은 단순한 전기 작가가 아닙니다. 그는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독자와 감정적으로 연결해주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저자입니다.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에서도 그는 과학자의 업적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감정, 인간관계, 가치관까지 촘촘히 그려냅니다.
아인슈타인은 인간관계에서 서툴렀습니다. 첫 부인과의 관계는 결국 이혼으로 끝났고, 자녀들과도 정서적 거리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과의 지적 교류를 중시했고,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는, 인종 차별 반대, 핵무기 반대 운동 등에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과학의 힘이 인간성을 해치지 않도록 고민했고,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의 괴짜 같은 외모와 행동 역시 책 속에서는 그의 철학과 이어집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자유로운 복장, 양말을 신지 않는 습관 등은 단순한 특이함이 아니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했던 삶의 표현이었습니다. 아이작슨은 이런 모습들을 통해 우리에게 더 인간적인 아인슈타인을 보여줍니다.
마무리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는 과학자의 전기를 넘어선 책입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에 답하려 애썼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매일같이 수많은 질문을 품고 살아갑니다. 정답을 모르더라도,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생각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아인슈타인의 삶과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이 책은 과학 이야기이면서도 철학이자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복잡하게 느껴지거나, 방향을 잃은 듯한 순간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위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