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달을 꿈꾸는가 아니면 발밑의 6펜스를 줍는가

서머셋 몸의 명작 『달과 6펜스』는 예술과 욕망, 그리고 현실의 틈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묻는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소설의 줄거리와 핵심 주제를 정리해보고,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줄거리 요약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안정적인 가정과 직업을 가진 중년의 증권 중개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외적으로는 성실하고 조용한 가장처럼 보이며, 그를 둘러싼 사회는 그를 평범하고 예측 가능한 인물로 여깁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집니다. 가족과 동료들조차 그의 의도를 알지 못한 채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아무런 설명 없이 집을 떠나 파리로 향합니다. 그가 택한 이탈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닌,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예술에 대한 갈망의 분출이었습니다. 스트릭랜드는 화가가 되기 위해 삶의 모든 기반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 새롭게 시작합니다.

파리에서의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돈도, 명성도 없이 낯선 거리에서 극심한 가난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끼니를 잇기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삶의 의미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들과의 교류조차 부담스러워했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에게도 무정하고 냉담하게 대했습니다. 특히 그를 지지해 주던 화가 디르크 스트로브와 그의 아내 블란쉬와의 갈등은 극에 달하며, 결국 블란쉬는 스트릭랜드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이러한 사건은 스트릭랜드의 냉소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둘러싼 비난과 외면에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내면의 열망에만 충실한 삶을 이어갑니다.

결국 그는 유럽을 떠나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문명 사회의 틀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타히티에서 그는 원주민 여성 아타와 가정을 이루고, 진정한 창작의 세계에 몰입하게 됩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풍경과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삶은 그의 예술을 더욱 원초적이고 순수하게 만듭니다. 그는 이전보다 더욱 강렬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남기며, 말년에는 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붓을 놓지 않고 창작을 계속합니다. 세상과 단절된 삶 속에서도 그는 예술가로서의 본질을 끝까지 지켜내며 숨을 거두고, 그의 삶은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그가 남긴 작품은 그의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사후에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의 그림들은 기존의 미술계를 뒤흔들 만큼 독창적이었고, 예술사에 길이 남는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이 소설은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한 인물의 극단적이고도 순수한 예술적 열망을 따라가며, 삶에서 진정한 자유와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는 과연 어떤 가치를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상과 현실, 고독과 창작, 자아와 사회라는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한 인간이 보여준 집요한 여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찰스 스트릭랜드, 세상의 시선을 거부한 예술가

 

 

그는 사회의 눈에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내면 깊은 곳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가 느낀 충동은 단순한 취미나 일탈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그림을 향한 갈망은 그를 도망치게 만들었습니다. 삶의 모든 틀을 깨부수고, 익숙한 것을 버리고, 오직 그림 하나로 버티는 그 고독한 삶은 ‘진짜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합니다.

타인의 기대, 사회의 기준, 가족의 책임 모두를 외면하며 그는 순수한 열망을 따라갑니다. 어떤 시선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외로움도 감내하며, 그는 자기 안의 소리를 좇습니다. 그 모습은 이기적이면서도 처절하고, 냉소적이면서도 순수합니다.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예술가라는 존재가 지닌 숙명적 고독과 맞닿아 있습니다. 스트릭랜드는 예술을 통해 자신을 구했고, 동시에 세상의 보편적 가치관과 철저히 결별함으로써 독자에게 큰 질문을 던지는 인물로 남습니다.

그의 이러한 삶은 우리 사회가 규정한 '성공'이라는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읽힙니다. 그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았고, 인간관계의 책임도 기꺼이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위선도 없는, 순수한 창작의 본능이 존재했습니다. 세상이 그를 외면하든 말든, 그는 오직 자신의 내면과 진실된 욕망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그 과정에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자, 예술가가 견뎌야 할 길이 아닐까요?

주제 해석 – 달과 6펜스, 이상과 현실의 간극

 

 

『달과 6펜스』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당신은 어디를 바라보는가?"라는 메시지는 독자 각자에게 던져진 질문처럼 느껴집니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을 합니다. 그는 달을 좇기 위해 현실의 모든 것을 버립니다. 그에게 이상은 거창한 꿈이 아니라, 스스로를 유지시켜주는 본질이었기 때문입니다.

달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때로 잔인하고, 때로 외롭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발밑의 6펜스를 놓치지 않으려 시선을 아래로 향하지만, 가끔은 고개를 들어 달을 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이 결국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작품 속 스트릭랜드는 이상을 좇았지만, 그 길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에게 이상은 고통의 연속이자, 세상의 기준으로부터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했습니다.

‘달’은 꿈, 예술, 자유, 본능의 상징이고, ‘6펜스’는 돈, 안정, 일상, 현실의 상징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발밑의 동전을 줍느라 바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거꾸로, 현실을 등지고 달만을 좇습니다. 그는 세상과 불화하면서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결국 죽음을 앞두고서야 완전한 예술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그의 삶은 우리가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지,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삶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예술가 한 사람의 전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조용한 질문입니다. 무난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면서도 마음 한켠엔 이상을 품은 이들에게, 『달과 6펜스』는 불편하면서도 필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거울이 되는 작품입니다.

마무리 – 당신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요?

『달과 6펜스』는 단순한 예술가의 전기가 아닙니다.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의 정답에 얽매인 삶과, 진실을 좇는 자유로운 삶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잔혹할 만큼 자신의 내면에 충실했고, 어떤 평가나 고통 속에서도 그 길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6펜스를 줍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두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용히 말합니다. “가끔은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라”고. 그 길이 외롭고 험난할지라도, 그 끝에는 진짜 자기 인생의 의미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독자인 우리가 이 질문 앞에서 어떤 시선을 가질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이 책은 분명 오래도록 마음속에 질문 하나를 남깁니다.

 

저자 소개
서머셋 몸(W. Somerset Maugham)은 20세기 초반 영국의 대표 작가이자 극작가입니다. 풍자와 통찰력 있는 문체로 인간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으며, 『달과 6펜스』 외에도 『인간의 굴레에서』, 『면도날』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